연대는 지난 15일 현대차 3사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정의선 회장이 Boston Dynamics, Inc.(이하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20%를 인수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해 질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질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20%를 정의선 회장에게 인수하도록 한 이유 ▲ 이 결정이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논의됐는지 여부 및 판단의 근거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대해서는 상법 제397조의2 제1항 각호 해당 여부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의했는지 여부 ▲해당된다고 판단한 경우 정의선 이사의 지분 인수 안건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인수 안건과 구분하여 별도의 안건으로 부의해 표결을 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이 외에도, ▲별도 안건으로 표결, 승인한 경우 동법 제397조의2 제1항 각호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음에도 정의선 회장의 지분 인수를 승인한 이유 및 표결 결과 (찬성한 이사 명단) ▲만약 동법 제397조의2 제1항 각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 그 근거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로봇 기술 개발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공동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거래의 이유로 미래 신산업 중 하나인 로봇 사업의 역량 확보 및 관련 기술 투자 등을 들고 있으며, SoftBank Group Capital Limited 및 개인 2인(Linda Chafet, Michael Perry)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구주를 인수하고, 이와 동시에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여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의 총 80%를 취득하는 거래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차그룹 3사 외에 정의선 회장도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인수의 주체가 된 점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의 80%를 총 9,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현대자동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및 정의선 회장 20% 씩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있다.
작년 10월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은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Urban Air Mobility),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현재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고,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로봇 기술의 상업화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또한 로보틱스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물류, 운송, 서비스 사업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다.
연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사업의 역량 확보 및 기술투자를 위해 현재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굳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정의선 회장 개인에게 지분 20%를 인수하도록 한 결정이 타당한지에 대해 질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이며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라며 "정의선 회장은 해당 회사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난 10월 회장 취임 이후 첫 기업인수 대상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택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로보틱스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로 시너지가 예상되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회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그 일부를 정의선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해당 회사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 상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을 금지하고 있다. 상법 제397조의2에 따르면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되며, 이사회 2/3 이상의 동의로써 허용하고 있다.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기회,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가 그 대상이며, 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이사 및 승인한 이사는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자신이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경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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